주식 계좌를 열어놓고 매일 시세를 들여다보다 결국 손에 잡히는 종목을 샀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왜 그 주식을 사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면서요. 정보 이론의 창시자 클로드 섀넌은 그런 방식과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얼마를 걸고, 무엇에 투자하며, 어떻게 버티는가. 그 세 가지 질문에 수학적으로 답한 사람입니다. 그가 남긴 원칙들을 들여다보면, 지금 시장에서 우리가 뭘 놓치고 있는지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켈리 공식과 파산의 수학
투자를 하다 보면 "이번엔 확실해"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옵니다. 제가 그 느낌을 믿고 비중을 크게 실었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수학자 존 켈리는 그 '확실한 느낌'조차 공식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켈리 공식(Kelly Criterion)이란 복리로 자산을 가장 빠르게 불릴 수 있는 최적의 베팅 비율을 계산하는 공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길 확률이 60%인 게임이라면, 전 재산의 20%만 거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자산을 늘리는 비율입니다. 직관과 달리 확률이 60%라고 해서 60%를 거는 게 아닙니다.
이 공식이 투자에 갖는 의미는 파산의 수학에서 더 분명해집니다. 아무리 큰 자산도 단 한 번이라도 전부를 잃는 베팅을 하면 자산은 0이 됩니다. 올인(all-in)은 확률이 아무리 높아도 구조적으로 파산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켈리 공식은 현금을 항상 일부 남기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현금이 0이 되는 순간, 다음 기회는 없습니다.
에드워드 소프는 블랙잭 카드 카운팅으로 유명해진 수학자입니다. 카드 카운팅이란 이미 나온 카드를 추적해 남은 덱의 확률을 계산하는 기술로, 룰렛처럼 매 시행이 독립적인 게임과 달리 블랙잭은 카드가 사라지므로 확률 계산이 가능합니다. 소프는 섀넌과 함께 이 원리를 연구한 뒤 켈리 공식을 접하고 운용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주식 시장은 카지노보다 변수가 훨씬 많다는 판단 아래 켈리 공식 비율의 절반만 베팅하는 하프 켈리(Half Kelly) 전략을 택했습니다. 여기서 하프 켈리란 켈리 공식이 제시하는 최적 베팅 비율의 50%만 사용해 변동성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 전략 덕분에 소프는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대부분의 운용사가 파산하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출처: 에드워드 소프 저서 Beat the Dealer).
켈리 공식이 전제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승률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우위에 있을 때만 베팅하라는 것입니다. 반반이거나 우위가 없으면 아예 참여하지 않습니다. 불확실한 100%를 한 번 노리는 것보다 확실한 10%를 열 번 쌓는 구조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논리입니다. 제가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학이 보수적인 투자를 정당화하고 있었으니까요.
- 켈리 공식: 복리 성장을 극대화하는 최적 베팅 비율 공식
- 하프 켈리: 주식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켈리 비율의 절반만 사용
- 올인 금지: 자산의 일부를 항상 현금으로 보유해야 파산 구조를 피할 수 있음
- 승률 우위가 없으면 참여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
장기투자와 리밸런싱 전략
클로드 섀넌은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의 창시자로, 모든 정보를 0과 1의 이진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개념을 확립한 인물입니다. 여기서 정보 이론이란 정보를 수치화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수학적으로 정의한 학문으로, 오늘날 디지털 통신과 AI의 근간을 이룹니다. 그런 그가 주식 투자에서도 독창적인 원칙을 남겼다는 점이 제게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섀넌의 장기투자 종목 선정 기준은 단순했습니다. 자신이 잘 아는 기업, 혹은 똑똑한 사람이 이끄는 기업에 집중했습니다. 텔레다인, 휴렛팩커드, 모토롤라가 대표적인 종목이었는데, 공통점은 섀넌이 직접 알거나 신뢰하는 사람이 창업한 회사들이었습니다. MIT 강의에서 그는 "최고의 정보는 내부 정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산업에 깊이 파고드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유행하는 테마를 쫓아 투자하다 보면 왜 그 주식을 사야 하는지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제가 직접 써봤는데 좋다고 느낀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은 하락기에도 팔지 않을 근거가 생깁니다. 섀넌의 원칙이 결국 그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자기가 왜 그 주식을 사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섀넌이 고안한 또 하나의 전략이 바로 섀넌의 도깨비(Shannon's Demon)입니다. 섀넌의 도깨비란 자산의 절반은 주식, 절반은 현금으로 유지하며 가격 변동이 생길 때마다 50:50 비율로 기계적으로 재조정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 전략입니다. 여기서 리밸런싱이란 자산 비율이 목표치에서 벗어났을 때 이를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주식이 오르면 일부를 팔아 현금 비중을 높이고, 주식이 내리면 현금으로 주식을 더 사서 비중을 맞춥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시장이 전혀 오르지 않는 박스권에서도 복리 효과로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매매 수수료가 높아 실현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처럼 수수료가 거의 0에 가까운 환경에서는 적용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출처: Claude Shannon, 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 MIT). 단, 상승장에서는 그냥 들고 있는 바이앤홀드(Buy and Hold) 전략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섀넌의 도깨비가 빛을 발하는 건 방향을 확신하기 어려울 때입니다.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기회 손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봅니다. 현금은 언제든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의 증거이자,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실탄입니다. 시세를 매일 들여다보면 전두엽의 논리적 판단 대신 변연계의 본능적 반응이 먼저 작동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여기서 변연계란 감정과 본능적 반응을 담당하는 뇌의 구조로, 공포나 탐욕 같은 즉각적인 감정을 유발합니다.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기계적인 규칙, 예컨대 적립식 투자나 리밸런싱 원칙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규칙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판단 질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켈리 공식을 실제 주식 투자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나요?
A.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식 시장은 카지노보다 변수가 훨씬 많아 정확한 승률 계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소프가 켈리 공식의 절반만 사용하는 하프 켈리를 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공식의 수치보다는 "비중을 과도하게 실지 말고 현금을 남겨라"는 원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섀넌의 도깨비 전략, 상승장에서도 유효한가요?
A. 상승장에서는 바이앤홀드(Buy and Hold) 전략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섀넌의 도깨비는 시장이 박스권이거나 방향성을 확신하기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상승장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리밸런싱 원칙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활용법이라고 봅니다.
Q. 자기가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하려면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요?
A. 책과 잡지를 통해 한 종목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나 경제 전문 채널도 입문 단계에서는 유용합니다. 다만 어떤 매체를 통하든, 자신이 왜 그 주식을 사야 하는지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 섀넌의 원칙과 맞닿아 있습니다.
Q. 레버리지 ETF에도 섀넌의 도깨비 전략을 적용할 수 있나요?
A. 레버리지 ETF는 횡보장에서 변동성 드래그(Volatility Drag) 문제가 발생합니다. 변동성 드래그란 가격이 오르내리를 반복할 때 레버리지 구조 특성상 원금이 지속적으로 손실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섀넌의 도깨비 전략을 레버리지 ETF에 적용하면 이 손실이 증폭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리밸런싱 전략은 일반 주식이나 인덱스 펀드에 적용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결론
클로드 섀넌과 에드워드 소프가 수십 년에 걸쳐 도달한 결론은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얼마를 베팅할 것인가(켈리 공식), 그리고 무엇에 얼마나 오래 투자할 것인가(장기투자와 리밸런싱). 화려한 기법이 아닌, 파산하지 않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지금 당장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앞으로 10년을 버틸 원칙을 먼저 세우는 일이 더 급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이든 유튜브든 매체는 상관없습니다. 제가 왜 이 회사에 투자하는지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고, 그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60세에 장기투자로 성과를 냈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chromewebstore.google.com/detail/livewiki-유튜브-핵심-요약/gaaicdedebppdnadcdddckdmccfejjli?hl=ko